개념체계의 정립
회계는 기업과 관련하여 발생한 거래를 장부에 기록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회계가 장부기장의 영역으로만 그친다면 회계는 학문(science)이 아니라 단순한 기술(art)에 불과하다. 회계가 학문으로서의 위치를 갖기 위해서는 일관된 이론적 체계가 정립되어야 하고, 그 이론적 틀(framework) 내에서 현행의 회계실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제공될 수 있으며,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될 수 있다.
1494년 루카 파치올리(Luca Pacioli)가 그의 저서에서 복식부기의 기본 원리를 제시한 이래, 회계는 오랜 기간 동안 셈(counting)을 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1900년대에 들어와서 주식회사를 기본으로 한 자본주의가 꽃을 피운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회계학자가 회계이론을 정립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의 제공이라는 목적을 중심으로 재무회계의 이론적 틀을 갖추게 되었다.
모든 학문에서 이론(theory)은 일관되고 타당한 논리를 제공함으로써 현재 상황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하고, 미래의 현상을 예측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새로운 분야를 전개할 수 있는 개념의 틀을 제공한다. 따라서 이론이 밑바탕에 깔려있지 않은 분야를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되어 결국 학문으로의 발전에 한계를 갖는다. 회계도 마찬가지다. 회계가 학문이 되기 위해서는 일관된 회계이론이 정립되어야 하며, 회계이론의 정립을 위한 틀을 제공해 주는 것이 본 장에서 설명할 개념체계(conceptual framework)이다. 그렇다면 왜 재무회계의 개념체계가 필요한가? 그 이유는 첫째, 개념체계를 정립해 놓으면 그 틀 내에서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일관된 회계기준의 제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치 개념체계가 나무의 뿌리에 해당하고 회계기준의 제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치 개념체계가 나무의 뿌리에 해당하고 회계기준이라는 것이 이 뿌리를 기초로 하여 뻗은 줄기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회계환경은 계속 급변하기 때문에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거래들이 실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개념체계가 정립되어 있다면 비록 관련 회계기준이 미처 제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개념체계에 준거하여 신속하게 회계처리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의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이미 1970년대부터 재무회계 개념체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현재까지 7개의 재무회계 개념보고서를 공표하였다. 한편, 국제회계기준위원회도 2001년에 미국의 재무회계 개념체계와 유사한 재무제표의 작성과 표시를 위한 개념체계를 제정하였다. 동 개념체계는 재무회계 전반을 포괄하기보다는 재무제표의 작성과 표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에 한국회계기준원의 회계기준 위원회에서 재무회계 개념체계를 발표한 방 있으나,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면서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개념체계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재무제표의 작성과 표시를 위한 개념체계의 개정 작업에 착수하여 2011년에 일부의 내용을 개정하였으며, 이를 재무 보고를 위한 개념체계로 공표하였다. 이번 개정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은 향후 개정이 뒤따를 예정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제정한 '개념체계'는 일반적인 재무회계 이론의 틀을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그림1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재무 보고의 목적은 정보 이용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재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때 재무 정보가 유용해지기 위해서 어떤 질적 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재무제표의 작성 지침인 회계기준을 제정할 때 이러한 질적 특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협의의 재무 정보는 재무제표를 의미하는데,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가 가본 가정이다. 가본 가정을 전제하였으면, 그다음에 필요한 단계가 재무제표에 포함되어야 할 요기서 즉,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및 비용을 정의하는 것이다. 재무제표의 요소를 정의한 후에는 어떤 기준에 따라 재무제표의 요소를 인식하고 측정할 것인지 규정할 필요가 있었다. 재무제표의 요소를 어떻게 인식하고 측정하는지에 따라 재무제표의 유용성은 달라질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을 비롯한 회계기준은 재무제표에 표시되는 각 요소가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어떻게 회계처리하고 어떤 내용을 공시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지침이다. 회계담당자는 이러한 회계기준을 준수하여 작성한 재무제표를 이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의 제공이라는 재무 보고의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개념체계'는 외부 이용자를 위한 재무제표의 작성과 표시에 있어 기초가 되는 개념을 정립한 것으로써, 그 목적은 다음과 같다.
본 장에서 설명하는 '개념체계'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이 아니므로 특정한 공시 문제에 관한 기준을 정하지는 않는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특정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우선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개념체계'는 재무제표 작성의 지침으로 적용될 여지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기업회계기준서 제1008로 '회계정책, 회계추정의 변경 및 오류'에 따르면 특정 거래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이 없는 경우 경영진은 다음의 사항을 순차적으로 참조하여 적용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언급하고 있다.